본문 바로가기

전통공예 복원 및 현대화

프랑스 루브르 전시에서 극찬받은 한국 자개 가구 이야기

1. “빛으로 새긴 예술” – 루브르가 주목한 자개 공예의 본질

한국의 자개 공예는 단순히 장식적인 요소를 넘어서, 재료의 본질과 장인의 철학이 응축된 복합 예술이다. 조개껍질이라는 자연 소재가 공예 장인의 손을 거쳐 정교한 모자이크로 재탄생되는 이 작업은, 그 자체가 오랜 시간과 집중력, 정신성을 요구하는 행위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린 ‘장인의 시간(Les Heures des Artisans)’ 특별전에서는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단지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예술적 완성도와 인간 정신이 깃든 오브제로서의 공예가 어떻게 세계적인 미감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였다.

특히 이 전시에 출품된 작품은 조선시대의 전통 기법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형태미를 가미한 것이 특징이었다. 곡선이 강조된 서랍장과, 검정 옻칠 위에 자개 문양이 그라데이션처럼 퍼지는 시각적 기법은 유럽 미술계에서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루브르 큐레이터들이 "빛으로 새긴 회화적 가구(Peintures de lumière)"라 표현할 정도로, 그 정교함과 색의 층위는 조명을 받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이미지를 연출했다. 이는 동양 공예의 특징인 비움과 여백의 미가 유럽 관람자에게도 깊은 인상을 주었음을 시사한다.

 

 

 

2. 루브르 큐레이터들이 직접 말한 “K-자개”의 매력

전시 후 현지 프랑스 문화예술 전문지 Connaissance des Arts는 이 한국 자개 가구를 “기억의 구조물”이라 표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이들이 인상 깊게 본 요소는 첫째, 소재에 담긴 시간성이다. 자개는 그 자체로 자연의 산물이자, 바다에서 오랜 시간 동안 형성된 유기적 결정체다. 작가는 이를 단순한 재료가 아닌 ‘시간을 간직한 표면’으로 해석하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로 활용했다.

둘째는 조형 언어의 정제됨이다. 큐레이터들은 입을 모아 “장식적인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침이 없다”고 평했다. 이는 한국 자개 공예의 특징인 절제된 패턴, 반복되는 기하학적 문양, 중심을 피하는 비대칭 구성이 유럽의 미니멀리즘과 접점을 이뤘기 때문이다. 특히 전시된 자개 가구에 적용된 ‘불규칙 반복 문양’은 관람자에게 혼돈이 아닌 자연스러운 리듬감을 전달하며 “디자인과 예술 사이의 완벽한 조화”로 인식되었다.

셋째는 철학적 정체성이다. 이 작품에는 작가가 직접 새긴 ‘空(공)’이라는 문자가 뒷면에 새겨져 있었는데, 루브르 큐레이터는 이를 두고 “물질을 넘어선 개념적 완성”이라며 극찬했다. 즉, 자개 공예가 단순한 장인의 기술이 아니라 철학이 깃든 예술로 전이되었음을 상징하는 대목이었다.

 

 

3. 작품 제작의 숨은 이야기 – 180일, 한 땀의 시간

이 작품을 제작한 장인 ‘윤서진’ 작가는 자개 공예의 4대째 전승자로, 이 작품을 위해 무려 180일 이상을 단 한 점에 몰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반적인 자개 가구가 평균 40~50일의 공정을 거치는 데 비해, 이 작품은 자개 채취부터 옻칠, 문양 배치, 연마 및 광택까지 전 과정이 100%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특히 이 작품의 가장 핵심은 ‘숨은 결계 문양’이다.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빛이 일정 각도로 비추면 한국 전통 산수화에서 볼 수 있는 봉우리, 파도, 학의 형태가 드러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이런 입체적 자개 기법은 과거 조선 후기의 고급 가구에만 적용되었던 방식으로, 지금은 그 기술을 온전히 구현할 수 있는 장인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윤 작가는 이 기법을 복원하면서도, 디자인 면에서는 유럽 사용자들이 일상에 둘 수 있도록 기능성과 미감의 타협점을 찾는 데 집중했다. 예컨대 손잡이 없이 문이 열리는 자석식 설계, 안쪽 공간 활용도를 높인 다층 구조는 전통 공예에 대한 현대적 해석의 결과물이다.

프랑스 루브르 전시에서 극찬받은 한국 자개 가구 이야기

 

4. 자개 공예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 – K-문화의 또 다른 전선

루브르 전시 이후, 이 자개 가구는 단순한 전시작품을 넘어 글로벌 컬렉터 사이에서 실제 구매 가능한 오브제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북유럽, 프랑스, 독일의 일부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는 이 자개 기법에 강한 관심을 보였고, 현재는 리미티드 에디션 가구 라인이 소량 제작되어 유럽 내 아트 퍼니처 시장에 공급되고 있다. ‘윤서진 아틀리에’는 루브르 전시 이후 공식 홈페이지의 주문량이 8배 가까이 증가했고, 2024년 말에는 파리 현지에서 자개+금속 복합 재료 가구 전시회도 계획하고 있다.

자개 공예는 이제 더 이상 전통적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K-팝이나 K-드라마처럼 감성적 상징을 넘어, 사용성과 예술성을 갖춘 국제 디자인 언어로 성장하고 있다. 자개 특유의 ‘빛의 언어’는 디지털 기반의 이미지 소비 시대에서 더욱 유효하게 작동한다. 정지된 평면 속에서도 빛의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시각적 경험은, 이제 더 이상 동양의 전통에 머무르지 않는다. 한국의 자개는 지금, 세계의 감각을 유혹하고 있다.